어쩌다 보니 로스쿨 : INTRO
어쩌다 보니, 올해 초부터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곳의 학생이 되었읍니다..; 도입된 지가 벌써 12년째로 아직까지도 현대판 음서제라가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로스쿨이라는 곳에 빽도 절도 없는 나같은 놈이 어떻게 입학할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삐빅 음서제는 없었습니다), 30...
이 노래와 뮤직비디오에 대한 감상은 지금 뭐라고 써봤자 그 때보단 덜하지 싶어서 조금 부끄럽지만 당시 SNS에 올렸던 글을 몇 마디 가져왔다.
가끔씩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가슴 벅차게 만드는 영상들이 있다. 공드리라는 곡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인데, 곡은 오혁씨가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를 보고 썼다고 한다. 듣고 있으면 신세계로 한 발씩 내딛는 느낌이다. 영상까지 함께 보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53초부터 1분 14초까지의 영상을 보며 뭔가 가슴이 뛴다는 느낌을 받았고, 작업하면서 계속 틀어뒀더니 같이 밤을 새던 후배까지 매료되어 공모전 제출일까지 하루에 열 번도 넘게, 수시로 틀어서 봤다. 보면서 꼭 공모전에 입상해서 상금으로 저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고 오자고, 우스갯소리 아닌 우스갯소리를 했다. 우스갯소리라 표현한 것은 당시엔 상을 탈거란 생각도 희망도 전혀 없었고, 그저 참가와 완주에 의의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본선에 들었다는 발표가 나서 확인해보니, 주어지는 상은 8개? 쯤이었는데 10팀이 진출했었다. 게다가 우리 팀의 본선 발표순서가 첫 번째인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린 들러리일 거라며, 본선까지 가서 발표해보는 게 어디냐며 서로를 위로했었다. 발표때 슬라이드가 2초마다 한 장씩 넘어가는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면서 기대는 정말 0으로 수렴했다. 모든 팀이 발표를 마치고 한 시간 정도 대기한 뒤에 수상자 발표가 있었는데, 그마저도 불참하려다 어떤 작품이 상을 받을지 궁금해서 참석했었는데, 2등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다.
막상 수중에 학생 신분으로 만져보기 어려운 큰 목돈이 생기고 보니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 우선 도움을 줬던 지인들을 대접하고, 남은 돈을 각자 분배하면서 후배에게 넌지시 사용계획을 물었더니 그 녀석, 매우 단호했다. 상금 탔으니 가야죠!
그래. 가야지. 그리고선 1월 중순쯤 가자는 약속을 하고 아무런 계획 없이 2016년을 맞이했고, 급박하게 여행계획을 짰다. 사실 여행의 메인 컨텐츠는 뮤직비디오의 촬영장소였던 핫코다 산으로 정해져 있었고, 며칠을 갈지와 어디어디를 둘러볼 것인지 등 굉장히 마이너하면서도 꽤나 중요한 요소들만 결정하면 되는 상황이어서 생각보다 순조롭고 우발적으로 루트를 정했다. 상금 규모가 꽤 커서, 돈 걱정 하지 않았던 것도 많은 기여를 했지만 말이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아오모리로 가는 방법은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요시간으로 보나 금액적으로 보나 전자가 훨씬 효율적이다. 고민할 거리도 없지만 글을 좀 길게 써보고 싶어서(…) 우리도 당연히 대한항공 직항을 이용했다. 비행시간은 오고 가는 시간이 각자 다른데,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기내식도 나온다!). 아무래도 수요가 많은 노선이 아니다보니, 일주일에 세 번(매주 수-금-일)만 운항하고 있었다. 혹시 참고하시려거든 한 번 더 찾아보시길. 우리는 수요일에 출발하여 일요일에 도착하는 4박 5일의 계획을 짰다.
동선에 대한 고민이 매우 많았다. 아오모리현 내의 각 도시들이 도쿄나 오사카처럼 볼거리가 많은 편은 아닌데다 공항의 위치도 애매했다. 결정적으로 반드시 가야하는 핫코다산은 아오모리에서밖에 갈 수 없었고(이 부분은 급하게 찾느라 다른 방법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갈 생각이 있으니 혹시 다른 방법을 아시는 분이 계시다면 꼭 알려주세요. 부탁합니다), 남자 단 둘이 가는 게 조금 이상해보일 수 있지만 아오니 온천을 일정 내에 쑤셔넣기 위해서는 히로사키에 묵은 바로 다음 날 온천으로 향해야 했다(아오모리에서 출발할 경우 가는 데만 3~4시간?). 지도를 놓고 보면 더 편하려나.
뭐 대충 이런 식이었다. 스토브 열차가 있는 고쇼가와라나 참치로 유명한 오마 쪽도 처음엔 고려했었으나, 빡빡한 여행을 원하진 않기에 과감히 쳐낼 건 다 쳐냈다. 그 결과 남은 목적지들로 구성한 일정은 다음과 같다.
그래도 나름 놀러갔다 온 기억을 되살려보자니 신나서 그런진 몰라도 글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이번 글은 이쯤에서 마치고, 1일차부터 4일차까지는 각 일별로 하나의 글을 쓰고 마지막 날(5일차)은 에필로그까지 더하여 글을 써서 총 5개의 글로 마무리하려 한다(프롤로그까지 하면 6개). 다녀온 지 반 년도 넘었고 그 반 년 동안 여행기를 써보자고 다짐한게 수백 번인데, 이번에는 과연 다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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