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로스쿨 : INTRO
어쩌다 보니, 올해 초부터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곳의 학생이 되었읍니다..; 도입된 지가 벌써 12년째로 아직까지도 현대판 음서제라가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로스쿨이라는 곳에 빽도 절도 없는 나같은 놈이 어떻게 입학할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삐빅 음서제는 없었습니다), 30...
우선 숙소로 가서 짐을 풀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토요코인을 애용했다. 역 바로 앞에 있고,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으며 깨끗했고 궁극적으로 내가 아는 곳이 여기밖에 없었기 때문. 간단히 짐을 풀고 주린 배를 채우러 나왔다. 웬만한 식당들은 다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걸리지 않는 식당을 찾다가 빠다카레우동을 먹으러 갔다.
이래 저래 한 2-30분 정도 걸어서 우동집에 도착. 온천이 너무 경탄스러워서였을까, 3일쨰로 접어들면서 익숙해진 풍경들 때문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남겨진 사진이 우동 사진 말고는 없다(…)
뭔가 적절한 왁자지끌함 속에 로컬한 분위기가 나서 좋았다. 맛은 그냥 그럭저럭? 뭐 한 번 쯤 먹어봐도 나쁘지 않을 듯한 맛이었다.
나름 아오모리현의 중심지(!)라 다른 시골동네들에 비해이것저것 살 게 많다고 들었다. 에이팩토리나 아스팜 등등 지역특색이 묻어나는 쇼핑몰들부터 돈키호테, 이토요카도 같은 일본 내 거대 잡동사니 체인점들까지 한 번 구경을 다녀왔다.
점심을 조금 늦은 시간에 먹어서, 숙소에서 잠깐 쉬다가 걸어서 1시간 거리에 있는 동네로 출발! 근처에 돈키호테, 이토요카도, 무슨 왕창큰 드럭스토어 등등이 모여있는 곳! 근데 너무 지쳐있었기에 여행 중 최초로 시내버스 탑승에 도전! 짧은 영어로 아오모리역 앞 터미널 안내데스크에 질문하여 포스트잇을 습득하였다. 그리고 시골동네라 그런진 몰라도 버스가 오는 시간과 탑승 게이트가 정해져 있어, 한결 수월했다. 뒷문으로 타는 것도 조금은 신선했다.
버스를 타는데, 생소한 기계가 있어 흠칫했다. 앞에 타는 사람들을 보니 쬐끄만 종이를 한 장씩 뽑아서 타더라. 뭣에 쓰는것인고 한참을 어리둥절 하다가 버스 맨 앞에 붙어있는 전광판을 보고 자체적으로 깨달았다(자랑임).
한 정류장씩 갈때마다 내 번호가 써있는 전광판의 숫자가 올라가는걸 보니 아, 저것은 필히 버스 요금이겠구나 하고 깨달았고, 정확히 맞았다. 버스 안에 잔돈교환기가 있는걸로 봐서도 우리나라처럼 돈을 거슬러주는 건 없는가 싶다.
한국에서 사주받은 다양한 물품들을 근처에 이토요카도, 돈키호테 등등을 돌며 가격비교해가며 구매했다. 사가는 양만 봐도 빼박 여행온 한국인이었어서 조금 부끄러웠지만, 열심히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늦은 저녁으로는 역시 편의점 음식을 사 먹었다. 라면에 도시락일 뿐인데 어쩜 그리 맛있던지!
다음날은 일찍이 일어나서 이번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러 출발했다. 공드리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그 로프웨이를 타러 가기로 했다. 아오모리역 버스터미널 앞 여행 안내소(?)에서 장화도 빌려주길래 빌려 신고, 안에서 티켓을 끊어 JR 버스를 타면 된다.
가는 내내 풍경 구경하느라 사진 찍을 새가 없었다기보단 다 눈 사진이라…. 버스에는 온갖 스키장비를 가지고 타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우리만 그냥 올라가는 듯 싶었다. 우리도 외국인이지만 푸른 눈의 외국인들이 참 많았다는게 신기하다면 신기한 느낌이었다. 알기로는 직항이 인천공항에서밖에 없는데, 그만큼 매력있는 겨울을 가진 동네라는 걸 방증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내려서 보니 정말 여기가 정말 겨울왕국이었다. 온통 사방을 둘러봐도 다 눈밭! 로프웨이는 15분마다 한 번씩 운행하던가? 그렇던데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인원이 엄청나게 많아서 30분 쯤 기다렸다.
올라가는 데는 한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렸지 싶다. 뮤직비디오에서 봤던 그런 깔끔한 풍경이나 시야는 불가능해보였다. 눈보라가 엄청나게 몰아치는데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출근길 2호선 지옥철마냥 낑겨서 탔으니… 그나마 조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우리가 탑승하러 올라갈 때 패키지 관광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관광객 무리들이 몰려왔다는 거다. 함께 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정말 엄청나게 추웠다. 기온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기온이 문제가 아니었다. 기온이야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한계효용이 체감하듯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없었는데 문제는 바람과 눈보라였다. 그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에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선 밥부터 먹기로 했다.
우선 배를 채우고, 그래도 밖을 좀 구경해보자! 하고 나섰다.
손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았고, 대신 눈에 다 담아왔으니 표현해보자면 정말 하얀 나라를 보고 온 것 같다. 춥기도 추웠지만 신기하고 예쁜 광경들에 사로잡혀 다른 외적인 요소들은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더욱이 좋았던 것은, 다들 올라올 때야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오지만 내려갈 땐 스키를 타고 내려가서, 한껏 여유롭게 사진도 찍으며 내려올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려오는 로프웨이 안에서 한국인 여행객분들과 이야기를 조금 나눴다. 올라올 때 봤던 패키지로 오신 분들 중 일부는 아니었고, 매년 북해도로 들어와서 아오모리를 여행하고 돌아가신다는 중년 부부들이셨다. 이 때 이야기하면서 초밥집에서 느꼈던 그 진동이 지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뭐 그랬었지. 밥이라도 사주실 줄 알았는데 그냥 쏘 쿨하게 빠이하셨다. 물론 내일 비행기에서 만나겠거니 예언했고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다시 버스를 타고 아오모리 시내로 내려왔다. 정말 너무 피곤해서 눈 감았다 뜨니 도착. 조금 이른 오후 시간이라 쇼핑을 하고, 마지막 저녁이니 조금 거하게 먹고, 들어가서 쉬기로 했다. 이건 또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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