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 여행기 # 2-3일차 - 아오니 온천, 그리고 아오모리시

2016년 11월 2일

정말 두메 산골… 오는 길 중간부터 가져갔던 포켓와이파이가 터지지 않기 시작하더니 어느샌가 사이버 미아가 되었다. 이동하는 길은 열심히 찍었는데, 지금 보니 사진들이 다 눈-나무-눈-나무만 가득해서 그냥 안올리기로 다짐했다. 보내지지 않는 카톡을 부여잡고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반,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는(결과적으론 구라였지만) 산골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기대감 반에 버스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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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을 걸려 도착한 곳은 이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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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면 이렇게 생긴 건물에서 체크인을 한다


전기리스!

건물로 처음 들어서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분위기였다. 형광등이나 백열등에 익숙한 나로서는 어둑어둑한 건물 내 분위기가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다. 이미 인터넷 검색으로 사진들을 본지라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복도에는 전기불 대신 그윽(?)한 분위기의 석유 램프들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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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것이 바로 이 석유 램프들. 온 복도를 밝히기엔 무리가 있지만, 나다니는 데 부족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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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라고 해야 하나? 주인장 아재가 앉아계시던 곳. 여기서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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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 근처에 있었던 기념품 가게


우리 말고도 일본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았다. 체크인을 하면서 보니 주인장 아재께서 꽤나 능숙한 영어를 구사하시더라. 각종 매뉴얼들도 챙겨주셨는데 꼭 필요한 내용들은 영어로 작성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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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가이드!


우리 방은 2층 끝쪽이었는데, 겨울은 비수기인지 날을 잘 고른건지 전체적으로 사람이 없었다. 그럼에도 이 추운 겨울에 창이 양 쪽으로 나있는 끝방을 준 데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온천하러 가기 가까운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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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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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은 역시나 겨울왕국. 석유 난로가 희미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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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내부에도 역시 석유 램프로 불을 밝히고 있다.


온천!

방에 짐을 풀고, 온천이 우째 생겼는지 궁금해서 한 바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너무 추워서 나가기 싫었지만, 그래도 놀러 왔으니 이런 날씨에 바깥을 돌아다니지 하는 생각에 방에 준비되어 있던 유카타를 입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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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바깥도 마찬가지로 석유 램프. 이 때가 한 오후 네시? 조금 넘어서였는데 산골 동네라 그런지 슬슬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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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나와 이렇게 생긴 다리를 건너면 탕이 몇 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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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xed bath!!!!!! 지만 이 날은 우리 말곤 아무도 마주치지 못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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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겨울에는 안하는듯? 자세힌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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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탕(노천탕) 내부 모습. 아무도 없어서 찍은거랍니다. 뒤쪽엔 드럼통인 줄 알았던 1인탕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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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개꿀. 혼자 들어가 있으면 세상 다 가진 기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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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여긴 남녀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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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전 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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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탕 내부. 시무룩...


저녁밥! 아침밥!

한바퀴 쭉 돌고 구경도 하고 온천도 하고, 문득 아까 체크인할 때 주인장 아재가 해주셨던 말이 기억났다. 밥은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에 아무 때나 와서 먹으라고. 왠지 시간 못 맞추면 얄짤없을 듯 싶어 6시 땡 치자마자 바로 밥먹으러 갔다. 밥은 1층에 따로 식당이 있다고 하여 내려갔는데, 일본어로 써있다 보니 이 방 저 방 다 열어보다가 결국 발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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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복도. 이 쯤 어딘가였던 걸로 기억. 참고로 1층에도 온천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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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공간 내부 모습. 불 옆에 옹기종기 모여 식사한다. 우리 말고 한 분이 더 계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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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밥상!


이 저녁밥이 아마 그 때 여행 중 먹었던 밥들중에 제일 맛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 불에 구워준 뭔지 모르겠는 생선도 넘나 맛있었고, 나베도 맛있었고, 된장국도 맛있었고, 뭐 그냥 다 맛있었음! 밥과 된장국은 위 사진 뒤쪽에 보이는 밥통 및 국통에서 계속 갖다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밥을 세 그릇인가 먹음ㅋ

그렇게 쳐먹었으니 당연히 졸리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형광등이나 백열등이 아닌 석유램프 불빛은 진짜 잠이 잘 온다. 밥 먹고 올라가자마자 엑스펠리아르무스를 한 대 맞은 듯이 늘어져서, 할 게 없을까봐 걱정했던 것들은 다 필요 없는 걱정이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평소 한국에선 새벽 두세시까지 잠이 오질 않아서 난리였는데, 이 날은 저녁 9시가 채 되기 전에 잠들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한 껏 자고 정말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났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달성했다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숙면을 취하고, 온천 여기저기 조금 기웃거리다 아침을 먹으러 갔다. 아침도 역시 같은 곳에서, 같은 식의 메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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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밥상!


저녁 때 먹었던 생선보단 별로였는데, 그래도 또 밥 세 그릇 해치움!


산골 탈출!

밥 먹고 띵까띵까 하다가, 계획에는 없던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이 두메 산골은 하루에 오고가는 차 시간이 정해져 있는지라, 시간에 맞췄어야 했는데… 차 시간을 잘못 알아서 여유롭게 준비하고 나가니, 여직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니지노코에서 나가는 버스가 없단다. 지금 나가도 니지노코에서 쿠로이시로 움직일 방법이 없다며, 택시를 불러주겠다고 한다. 굉장히 당황했으나 향후 일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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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아재! 영어로 몇 마디 나누다 이내 포기하신 아재!


기사아재는 참으로 쾌활해 보이는 분이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려고 시도하시다가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조용히 약 40분여를 달렸다. 그럼에도 나는 조금의 불신이 있어서 구글맵을 켜고 이 기사 아재가 정말 제대로 된 길로 가고 있나를 의심하며 가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왠 이상한 곳에 멈추는 것이다. 기다리라는 말도 없이 손님을 내팽개치고 내리는 아재의 모습에 매우 불안했다. 어디로 팔려가는 건 아닐까, 우리 이제 망했다며 한참 쫄아있었는데 기사 아재가 저 멀리서 품에 사과를 안고 뛰어오고 있었다. 뒷문을 열더니 사과를 던져주면서, 또 아무 말도 없이 다시 운전대를 잡고 차를 모셨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잘 도착했고, 의심했던 나만 굉장히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비록 나는 사과를 못 먹는 이상한 사람이라(알러지가 있다) 직접 느끼진 못했지만, 마음으로나마 굉장히 감사했다.


아오모리시로!

택시를 타고 온 구로이시역에선 다행히 바로 기차가 있었다. 고난센을 타고 히로사키로 가서, 히로사키에선 다시 JR열차(맞나?)를 이용했다. 역시나 창 밖에선 신나게 눈이 오고 있었고, 아오모리시에 내려서도 눈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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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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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모리시의 상징과 같은 다리(이름을 까먹음)! 아오모리 항과 연결되는 다리라고 함!


너무 길어서 쓰기 귀찮으니까 다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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