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 여행기 # 2일차 - 히로사키에서 두메 산골로

2016년 10월 31일

일본의 토요코인 조식은 오니기리에 몇 가지 반찬, 된장국 정도가 제공되더라. 달걀이 먹고 싶었는데… 흑 그럼에도 시장이 반찬이라고, 매일 아침마다 오니기리를 한 네다섯 개 씩은 먹은 것 같다. 이 때부터 파워비만으로 가는 시즌2가 시작되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가끔은 든다. 정말 뱃속에 공간이 나올 때마다 먹어댔으니, 그 때 늘어난 위가 지금까지도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 같다는, 결국은 핑계인 생각 따위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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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평소엔 아침에 일어나는게 그렇게 힘들었는데, 놀러만 오면 눈이 왜이리 빨리 떠지는 지 모르겠다. 일찍 잠에 든 것도 아닌데,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건가? 뭐 아무튼, 오늘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 오전 : 자유시간 (뭘 할지 굉장히 고민했음)
  • 점심 : 초밥!
  • 오후 : 두메 산골로 이동 (가는 데만 3시간은 족히 걸린듯)

히로사키 시내에서 뭘 할지 전날부터 계속 생각했었는데, 딱히 할 게 없어서 이 동네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개를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역시나 걸어서 40분 정도 거리였고, 도시 구경 할 겸 눈 구경 할 겸 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개 보러 가자!

히로사키 켄이라고 불리우는 한 개가 있다고 한다. 나름 의미있는 개라고들 하던데, 그 개에 얽힌 스토리가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걸로 봐선 내게는 큰 감흥으로 다가오진 않은 것 같다. 단지, 그 개를 찾아가기 위해 꽤나 고생했다는 건 생생히 기억난다. 전 글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여행에 있어 제대로 된 일본어라곤 쓰질 않았기에 물어물어 가지도 않았고, 오직 구글링과 구글맵 조합으로 찾아갔는데, 아무도 제대로 된 위치를 알려주고 있지 않았다기보다는 제대로 찾질 못했지. 그래서 나도 찾아가는 길은 설명하지 않으려고 한다. 절대로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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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갇혀 있었던 게 함정


다른 계절에 사람들이 찍은 사진만 봐서 그런지, 개가 넓디 넓은 평원에 덩그러니 있을 줄 알았는데…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상할까봐인지 몰라도 왠 공장같은 건물에 가둬놓았다. 그래서 찾기 더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만져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구경은 했다. 전형적인 한국 패키지 여행같은 관광이 되어서, 눈구경에 집중하기로 했다. 저 개가 있던 근처의 한 공원은 사람의 인적도 드문, 하-얀 세상이었다.


겨울왕국!

눈이 많이 오는 동네라고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카더라 혹은 찌라시일 지 모르지만 어느 기록에 따르면 한 번에 가장 눈이 많이 온 세계 기록을 아오모리가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틀린 말 같진 않았다. 하루 24시간 중 절반은 눈이 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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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이렇게 발자국 남기면 기분 좋죠? 저 변태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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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은 만국 공통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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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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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던 날씨가 잠시 후...


눈밭에서 한 한 시간 쯤 뒹굴면서 놀았던가, 슬슬 배가 고파서 초밥 먹으러 또 시내를 가로질렀다. 이번에도 도보 40분 거리. 신나게 걸었다. 히로사키는 아오모리보다도 더 한적해서, 길에 차도 사람도 많이 없었다. 그냥저냥 유유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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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오 히로사키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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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던 날씨가 잠시 후… 2


저 좋았던 날씨가, 한 10분 걸으니까 눈보라로 바뀌었다. 굉장히 당황스러웠지만 티를 낼 순 없었다. 티 내는 순간 길거리 모든 사람들이 쳐다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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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가 휘몰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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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충전은 안되나요?


여담이지만, 전공병에 걸렸는지 이런 걸 사진으로 남겨뒀더라. 한적한 동네다보니 편의점들 사이의 거리가 꽤 멀었는데, 그 편의점들 앞엔 대부분 전기차 충전소가 있었다. 날이 추워서 핸드폰이 보조배터리를 물려놓지 않으면 계속 꺼졌는데, 핸드폰 충전은 혹시 안되나요…

갓파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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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집!


눈보라를 뚫고 초밥집에 도착했다. 갓파스시라고 하는, 일본 내에서는 나름 큰 초밥 체인. 우리 나라에도 들어와 있는 데가 있다고 들었다. 참고로 초밥 사진은 없다. 먹기 바빠서 안 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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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


회전초밥집이었는데, 신기했던 건 자리에서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자리에서 스크린으로 주문하면, 회전레일에 급행열차마냥 뭔가 빠르게 온다(…) 그리고선 주문한 테이블에 멈춘다. 나름 신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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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이어 여기서도 일자리 수탈을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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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해라… 마이 뭇다 아이가...


초밥을 다 먹고 계산하려고 일어설 때쯤, 땅이 쿵 한 번 울리더니 우리를 제외한 가게 안의 모든 사람들이 ‘지신’을 외치며 급박하게 움직이더라. 뭔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지진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계산하고 나가려 하니 모두가 우릴 이상하게 쳐다봐서 도망치듯 거리로 토해져 나왔다. 다음 날 하코다테에서 넘어온 한국인 관광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쪽에서 발생한 지진이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느껴졌구나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겁이 없었구나…


두메 산골로 출발!

밥도 든든히 먹었고, 이제 두메 산골로 출발했다. 사실 핫코다산 말고도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곳이 있었는데, 그 곳이 정말 두메 산골에 있다. 휴대폰도 터지지 않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으로 유명한 아오니 온천으로 출발했다. 아오니 온천은 가는 길이 굉장히 험난한데, 경험해본 결과 꼭 가야 한다면 여러 사람 모아서 택시를 타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히로사키에서 지선을 타고 구로이시(흑석)역으로 가고(한 30분에서 한 시간 걸린 듯), 그 곳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니지노코라는 곳까지 가야 한다(이것도 한 한 시간?). 니지노코에 도착하면 시간에 맞춰 아오니 온천의 송영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그걸 타고 또 다시 30분에서 한 시간 사이의 거리를 가면, 비로소 아오니 온천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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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집에 살고 싶다. 예뻐!


온갖 구경들을 하면서 느긋이 가다보니 기차 시간을 놓쳤다. 한참을 기다려 타러 간 기차가 넘나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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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칸짜리 기차! 코난센(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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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표! 중앙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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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풍경. 어딜 쳐다봐도 웬만하면 이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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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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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앞에 보면 이런 모습의 버스 터미널이 있다. 여기서 니지노코로 가는 버스표를 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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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표는 아오니 온천에 간다고 하면 왕복으로 끊어서 조금 싸게 준다.


니지노코에 도착해서는 사진 찍을 겨를 없이 아오니 온천 버스 아재가 넘나 환영해주시는 것. 그래서 사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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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긴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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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니 아재의 뒷모습. 추측컨데 온천 주인 할아버지의 아들 혹은 사위임이 분명하다.


두메 산골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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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 도착!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히로사키에서만 3시간은 거뜬히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오모리에서 출발한다면 거기에 + 1시간이니, 반나절을 그냥 이동하는 데만 썼다. 글이 길어서 온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겠지만, 미리 말하자면 개인적으론 이동시간이 아깝지 않을 시간들을 온천에서 보냈기에 크게 상관없었다.

휴대폰도 터지지 않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사실은 전기가 들어오던데, 온풍기나 화장실 비데 같은…) 곳에서 뭘 하면서 버틸까에 대해 굉장히 많은 걱정을 하면서, 보조배터리를 몇 개씩 챙겨서 출발했었는데, 결과적으론 그럴 필요가 없는 곳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으로(미루고 또 몇 달을 안 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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